계속해보겠습니다 2014.10.31 황정은/창비 작은 풀은 작아서 작은 잎을 내민다. 작은 이파리 하나 더 펼쳐 무성해진다. 작은 땅을 딛고도 푸르다. 약해서 약한 꽃을 피워낸다. 노랗게 빨갛게 본디의 색을 잊은 적이 없다. 조각 햇볕으로 선명하게 피워낸다. 밟혀도 싹을 틔워낸다. 돌에 짓이겨지면 깨진 대로 일어난다. 흙에 묻히면 흙을 밀고 올라온다. 작아서 상처가 깊고, 약해서 아픔이 무겁다. 팬지처럼 화려한 꽃을 피우거나 측백나무처럼 큰 나무가 되는 꿈을 꾸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빛 나는 날, 흐린 날 다 지나며 한 삶을 살아낸다. 소라, 나나 자매와 나기라는 이름을 가진 세 사람이 각자의 입장에서 풀어놓는 삶의 이야기다. 셋은 같은 공간에서 자라났다. 이름이 본래 의도한 바와 다르게 지어지고..
밥상의 말 파리에서, 밥을 짓다 글을 지었다 2020. 3.16 목수정/책밥상 고향에는 풍경이 있고 계절이 있고 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은 가족이고, 이 가족을 결속하는 구심점은 밥상일 것이다. 가족은 이 밥상에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공동체다. 밥상을 떠나서 하룻 길을 걷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동안 우리는 밥상과의 거리를 한 발짝씩 벌려왔다. 원심력을 늘려 가는 것, 이것은 성장이었다. 마침내 원심력이 구심력을 이겨내고 밥상으로 돌아가지 않게 되는 것은 성취다. 그날에도 어머니는 밥상을 차린다. 어머니는 우리가 잊어버린 좌표를 보존한다. "밥은 먹었냐?" 모처럼 찾아뵈면, 어머니가 처음 건내는 말이다. "아이구, 지금이 몇 신데 밥이에요. 벌써 먹었지." 하지만 소용 없다. ..
연적 소설, 2015.10 김호연/나무옆의자 죽은 사람과는 어디에서 닿을 수 있는 걸까? 우리의 삶 속에서 죽은 자는 어디에 머무는 것일까? 살아 있는 사람이 어디로 가면 이들과 닿고 이어지는 것일까? 요단강 건너편 세계나 좀비에 관해 묻는 것이 아니다. 그리울 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원망하고 싶을 때, 어디로 가면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죽은 자에게 닿을 수 있을까? 죽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가장 먼저 무덤을 떠올린다. 어두컴컴한 납골당에 책꽂이처럼 즐비하게 진열된 유골함 중 하나를 떠올리기도 한다. 영영 이별이 서러워 실컷 울어 보냈는데, 굳이 하루 날을 잡아 멀고 번거로운 길을 달려간다. 이미 백골화가 되어버렸는데, 그 마저도 땅속 깊숙이 뭍혀 있어 닿지도 않으니, 그 위로 둥글게 쌓은 ..
시인 마이클 코넬리 소설, 1996 The Poet by Michael Connelly 음울한 웅덩이에서 노는 하루, 역시 추스미 (추리스릴러미스테리물) 지하철에서 길을 걸으면서 운동하면서 책상에 앉아서 꼬박 읽었다. 영화에 액션물이 있다면, 책에는 추리 스릴러물이 있다. 화려하고 박진감 있는 액션물을 문자로 읽고 상상해내는 것은 충분치가 않다. 잘 만들어서 넉넉히 먹여주는 영상에 이미 길들어 있어서 더 그렇다. 액션물은 역시 영화로 봐야 제맛이다. 반대로 복잡한 사건을 추리하면서 긴장감과 공포를 일으키는 추리 스릴러물은 영상으로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복선을 클로즈업하여 보여주면 김이 새고, 안 보여주면 억지스럽다. 등장인물이 혼잣말하듯 끊임없이 설명해대는 영화는 쉽게 지루해지고 끝내는 난해해진다..
리알토에서 단편소설, 1989 At the Rialto by Connie Willis 중에서 >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엄청난 과학 메니아에 엄청난 이야기꾼인 것은 알겠는데, 양자이론이라니, 감당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다음 이야기로 살짝 건너뛰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멈칫거리고 망설여지는데,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양자역학(으로 보이는 이론)이 한 뭉텅이씩 쌓여 있다. 자세히 들춰보기에는 부담스럽고 밟고 지나가자니 아쉽다. 이거 진짜 과학 이론인가? 몇 번 읽어봐도 딱히 이해가 안 된다. 글의 맥락상 왜 이 이론을 여기에 붙여놓았는지도 모르겠다. 구글링을 해보다가 자꾸 맥이 끊겨서 포기. 게다가 끊임없이 새로 나오는 박사들은 실존 인물인가? 강연 발췌문에 따르는 이름도 구글링 하다가 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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