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 원고지를 앞에 둔 당신에게 금정연, 2017.6.2 서평집 목차가 한 편의 시 같다. 계속 읽어보니, 시는 아니구나. 아니, 정말 시일수도 있다. 시라는 게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호락호락하게 맥락을 보여주지 않는. 책 제목이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인데, 하물며 목차에 쓸 문장을 낭비했을 리가 없다. 제련하고 정선하여 뽑은 제목을 절묘하게 배치하여 은근하게 드러내고픈 서사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1부 삶과 문장 사이에서 나는 실패한다 /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한 구절을 떠올렸다 / ... 2부 독자와 작가 사이에서 귀를 가진 사람의 할 일 / 제발 조용히 좀 해요 / ... 작가는 활자유랑자, 생계형 독서가를 자처한다. 활자유랑자가 뭐지?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
아이를 찾습니다. - 김영하 소설, 2014. 12 김영하 소설집 오직 두 사람 (2017) 중 - 소망을 잃은 채로 살아가는 법 세상 모든 것이 노랗게 보이고 온몸의 땀구멍이 한꺼번에 확 열리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사람들 북적대는 대형마트에서 아내와 내 사이에 있어야 할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를 되찾기까지 불과 3~5분,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부부는 절망의 늪을 이전에 상상해 본 적 없는 깊이까지 내려갔다 와야 했다. 한동안은 아이도 밤마다 경기를 일으켰다. 우리 부부는 그날의 기억을 정신적 외상 (PTSD)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도 10년쯤 지나고 나니 한 편의 추억이 된다. 외상이라고 불렀던 그 상처는 까만 멍에 불과했다. 멍은 시간이 길어지면 묽어지다 사라지고, 조금 더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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