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 보다

[책] 노란 잠수함 - 이재량

러기- 2020. 9. 10. 13:11

 

 

노란 잠수함

소설, 2017.11.20

이재량

 

책 한 권을 읽고 나서 마지막 장을 쉽게 덮지 못할 때가 있다. 재미가 있거나, 마음속으로 던지는 울림이 클 때 그렇다. 노란잠수함은 재미도 있고 마음에 던지는 울림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에필로그와 작가의 말 까지 다 읽고도 전자책 마지막 페이지를 자꾸 만지작 거린다.

 

일찌감치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올라와서 승합차로 성인용품을 팔아 근근히 살아가는 청년 이현태가 어쩌다 두 노인과 한 불량소녀와 더불어 여행을 하는 이야기이다. 두 노인은 그가 자주 들리는 만화방 노란잠수함의 주인인 김 노인과 나 노인이고, 불량소녀는  그곳의 아르바이트생인 모모이다. 물론 이 여행은 주인공인 이현태가 내키지 않음에도 부득이 엮인, 그래서 그의 불안한 예감대로 악화일로를 걷는다.

 

국도변에 승합차를 세워 놓고 성인물을 파는 젊은 이의 시점이다. 자신의 문을 꼭 닫고 세상을 냉소적으로 보는 표현들이 재미가 있다. 탄탄한 이야기들이 빠르게 전개 되어서 쉽게 몰입되고 빠져나오기 어렵다. (내가 귀가 얇은 편인가?)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의 평안을 소망하면서도 무엇이 되었어야 했다든가 무엇이 되고 싶다는 강박에 평생 사로잡혀 있다. 이런 우리들에게 주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평범하게 이어지는 날들이 지루해서 죽을 것 같은 삶을, 무슨 일이 터져서 평화로운 일상을 깨지면 그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는 이 삶을, 그래도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